LATE NIGHT DESK ( ´ ▽ ` )
방의 조명과 냉장고 소리.
아... 드디어 왔네. 문을 닫는 순간, 등으로 문의 딱딱함을 느끼며 휴우— 하고 숨이 새어나왔어. 현관 신발, 좀 엉망으로 벗어둔 채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수고했어" 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 거실에 들어가니 냉장고가 윙— 하고 낮은 소리를 내고 있었어. 평소엔 익숙한 소린데 오늘은 왠지 부드럽게 들려. 아까 우려낸 홍차 잔, 책상 위에 반쯤 남아있는데 벌써 식었네. 만져보니 차갑고... 아, 내 손가락도 차가웠구나, 하고 깨달았어. 이렇게 고요한 밤, 아무도 없는 방에서, 왠지 내가 둥둥 떠 있는 것 같아. 일주일 동안, 어깨에 꽉 짐을 지고 걸었던 것 같아. 무거웠어... 정말 무거웠어.
그 무게의 정체는.
별로 특별히 끔찍한 일이 있었던 건 아니야. 오히려 전부 "평범한 일" 뿐이었어. 이메일 답장이 밀리거나, 약속 시간에 간신히 도착하거나, 슈퍼에서 장보다가 "아, 이거 떨어졌었지..." 하고 허둥지둥 돌아가거나. 작은 "아아"들이 쌓여서, 어느새 마음이 흠뻑 젖어버렸어. 마치 비를 맞아 온 것처럼. 밖은 비가 오지 않았는데, 우산을 쓰는 걸 깜빡한 것처럼. 어깨, 뭉쳤네... 만져보니 돌처럼 딱딱해. 이거, 누군가의 짐 대신 들어준 걸까? 싶을 정도야.
구원은 그 소리였어.

그래서 노트북 열고 『유루캠프』를 틀었어. 오늘은 아무 생각도 안 하고, 그냥... 그냥 감싸이고 싶었을 뿐이야. 그랬더니 말이지, 화면에서 흘러나온 바람 소리. 사아— 하고,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 그리고 캠프파이어 장작이 탁탁, 탁탁 하고 타는 소리. 아, 이거야... 생각했어. 그 순간, 흠뻑 젖었던 마음이 포근한 수건으로 살짝 닦아진 기분이 들었어.

소리란, 대단하구나. 영상이 아니라, 소리가 나를 꼭 안아준 것 같아. 이 바람 소리, 녹음해준 사람이 있잖아. 산속까지 가서, 마이크 세우고, 딱 좋은 바람이 불 때까지 기다리면서... 불 소리도, 진짜 모닥불 앞에서, 가만히 귀 기울여준 사람이 있을 거야. 그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가슴이 뜨거워져버렸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렇게도 부드러운 소리를 전하려 애쓰는 사람이 있다니. 고마워... 정말 고마워. 그 소리가 오늘 밤 나의 작은 반창고가 되었어.
나데시코쨩, 미안해... 하지만 고마워.
그 따뜻함에 밀려서, 갑자기 그리고 싶어졌어. 스케치북과 샤프 꺼내서 나데시코쨩을 그려보려 했어. 왜냐면 그 아이의 웃는 얼굴, 보면 힘이 나니까…! 그런데, 어라? 손이 생각대로 안 움직여. 얼굴 윤곽이 왠지 이상해.

눈을 그리려 했더니, 오른쪽 눈이 왼쪽 눈보다 훨씬 위로 가 버렸어… 응? 잠깐, 이거 나데시코쨩? 외계인 같아졌어…! 아아, 실패했어… 실망해서 펜 내려놓으려던 그때, 깨달았어. 그린 나데시코쨩(외계인 버전), 한쪽 눈은 엄청 가늘어지고, 다른 쪽은 크게 떠져 있어. 그래서, 왠지… “아, 지금 엄청 졸리지만 억지로 깨어 있구나…” 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어. 푸훕…! 웃음이 나왔어. 이상한 그림이지만, 애쓰며 버티는 게 왠지 사랑스러워졌어. 책상 위에 흩어진 지우개 가루가 마치 나데시코쨩 외계인의 이불처럼 보여서 또 히죽히죽 웃음이 나왔어. 실패한 그림인데, 마음이 포근해졌어. 이게 내 “히죽히죽 레이다”가 반응한 순간일까?